나의 겉모습

허익구 논설주간 | 기사입력 2014/12/19 [17:36]

나의 겉모습

허익구 논설주간 | 입력 : 2014/12/19 [17:36]

▲ 허익구 시사우리신문 논설주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시사우리신문편집국

의복은 몸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역할 외에 그 사람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때로는 그것으로 사람을 평가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여름인데도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는 것뿐만 아니라 유행을 따르는 것도 남의 이목을 더 고려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겨울에 집을 나설 때 입는 옷가지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무리 적게 입는다 해도 속옷 외에 셔츠와 재킷까지 두 겹은 기본이고 추운 날은 외투에 목도리와 장갑까지 꼼꼼히 챙기려면 출근 시간이 분주하다. 옷만 입는 것도 아니다. 가끔씩 넥타이에 핀을 꽂기도 하고, 신발 역시 복장에 따라 달라진다. 옷이 날개라고 하지만 남의 이목만 없다면 편하게 입고 홀가분하게 지내고 싶다.
 
차림새 외에도 챙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열쇠가 들어 있는 지갑과, 자동차 키, 손수건과 안경까지 챙겼는데도 아직 멀었다.
 
직업의 상징처럼 늘 나를 따라 다니는 손가방은 내용물이 없어도 들지 않으면 허전하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이 빠질 수가 없다. 언제 부턴가 휴대폰이 없으면 언어를 상실한 것만 같고, 주요 일정은 물론, 세상과 단절되는 군중속의 고립감을 느낀다.
 
이렇게 많은 요소들이 나를 통제하고 있었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투병처럼 갖추어 입고 온갖 도구를 챙겨도 민낯이면 곤란하다. 남자들도 세수하고 바르는 것이 단순하지 만은 않다. 스킨에다 로션은 기본이고 건조한 겨울철은 바디로션을 바르지 않으면 몸이 가렵다. 거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만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탈모방지제도 거를 수가 없다.
 
가끔 여자들을 보면 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여간 쑥스럽지 않은 것 같다. 어쩜 그것이 본 모습일진대, 민낯을 비정상으로 여기는 현대인들의 시각은 다분히 문명에 오염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맵시를 낸다고 해도 시대감각이나 주변 상황에 맞지 않으면 구경거리가 되고 그것 또한 센스 없는 시골뜨기가 되어버린다. 결국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면 별난 사람이거나 괴짜로 몰리게 되는 것이 우리들의 사고방식이다. 보편적인 삶이 내가 다듬어가는 지향점이 되었고,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류를 따라야 하는 서글픔이 있다.
 
할머니는 이른 아침에 머리를 빗고 동백기름을 촉촉하게 발라 비녀를 예쁘게 꽂으셨다. 그 모습은 어머니에게서도 변함이 없었다. 어머니의 일상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고 잠자는 모습을 남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사셨다. 당신이 없는 숨 막히는 도덕적 잣대에 항변조차 할 수 없었던 삶 속에서도 불행하다는 기색을 내지 않으셨다. 세대가 바뀌고 갖가지 스타일의 의상을 갖추어 입고, 좋은 음식을 원 없이 먹어도 ‘그때가 좋았다.’라고 하는 말 속에 문명은 자연을 이기지 못함을 실감한다.
 
오늘도 벗어버리지 못하는 아쉬움 속에서 한 겹 한 겹 나를 포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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