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는 A병원이, 책임은 B병원이?… 의료판 ‘독소 조항’에 요양병원 신음

정부 “갑질 행정”에 “폭탄 돌리기”...“남의 병원 진료비 감수하다 병원 문 닫을 판”

임승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2/07 [09:48]

진료는 A병원이, 책임은 B병원이?… 의료판 ‘독소 조항’에 요양병원 신음

정부 “갑질 행정”에 “폭탄 돌리기”...“남의 병원 진료비 감수하다 병원 문 닫을 판”

임승환 기자 | 입력 : 2026/02/07 [09:48]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 상식을 벗어난 책임 전가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입원 중인 환자가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실제 진료를 수행한 병원이 아닌 입원 병원이 모든 행정적·재정적 책임을 지도록 한 기형적인 건강보험 청구 제도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가 낳은 최악의 독소 조항이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갑질 행정과 행정부의 폭탄 돌리기에 멍드는 의료행정.  © 임승환 기자



진료한 곳따로, ‘청구하는 곳따로상식 밖의 제도

현행 제도에 따르면 요양·재활병원 입원 환자가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해 외부 대학병원을 방문할 경우, 그 진료비는 환자가 머무는 입원 병원이 심사평가원에 대신 청구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입원 병원은 타 기관에서 어떤 약을 썼는지, 어떤 검사를 했는지 상세히 알 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방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보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필터링역할까지 강요받고 있다.

​■ 우리가 대학병원 하청업체인가분노하는 요양병원

현장의 분노는 임계점에 달했다.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장은 대학병원 교수가 처방한 고가의 신약이나 특수 검사가 급여 기준에 맞는지 우리가 일일이 검열해야 한다만약 나중에 심평원에서 삭감이라도 당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다. 진료비는 대학병원이 챙기고, 삭감 폭탄은 우리가 맞는 게 정상적인 구조냐고 일갈했다.

실제로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 때문에 요양병원들은 외부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퇴원 후 외래 이용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결국 환자의 진료권 침해와 불편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만든 잘못된 제도가 의료기관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환자를 의료 미아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 팩트체크: 책임은 전가하고, 관리는 방관하는 정부

보건당국은 이중 청구 방지와 포괄수가제 취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정부의 업무 태만이라고 규정한다. 전산 시스템을 통해 두 병원의 진료 내역을 충분히 대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 업무의 번거로움을 개별 병원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요양병원은 인력난과 경영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타 병원의 진료 기록까지 수집하고 관리해야 하는 행정 부담은 병원의 공멸을 부추기는 가혹한 규제와 다름없다.

​■ 제도 전면 폐기하고 청구 주체 일원화해야

해결책은 명확하다. **‘진료한 자가 청구한다’**는 의료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외래 진료를 시행한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을 청구하도록 시스템 개선 입원 중 외래 진료에 대한 책임 소재 명확화 불합리한 삭감 책임 전가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제도 보완으로는 부족하다. 진료 책임과 보험 책임의 괴리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 의료 시스템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다. 정책 당국이 설마 병원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의료 현장의 혼란과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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