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선수로”…창원 A국회의원 B사무국장 논란이 던진 질문

임승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4/04 [20:18]

“심판이 선수로”…창원 A국회의원 B사무국장 논란이 던진 질문

임승환 기자 | 입력 : 2026/04/04 [20:18]

[데스크칼럼] 지방선거를 앞둔 경남 창원에서 불거진 A국회의원 B사무국장 사례는 단순한 인사 논란을 넘어, 한국 정당 정치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주장과 정치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정면 충돌하는 지점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사무국장 등 정당 관계자의 예비후보 등록 자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공무원과 달리 사직 시점에 대한 엄격한 제한도 없다. 이 틈에서 합법의 외피를 두른 채 사실상 현직 당직자의 영향력을 유지한 상태로 선거에 진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사무국장은 단순한 행정 보조 인력이 아니다. 당원 명부 접근, 조직 관리, 지역 인사 네트워크 등 선거의 핵심 자산을 다루는 위치다. 만약 사직 이전 또는 그 직위를 기반으로 한 활동이 선거운동으로 이어졌다면, 이는 공직선거법상 지위 이용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당 사무실, 비품, 인적 네트워크가 사실상 선거 자산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법의 영역이 아닌 공정성이다. 선거는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 그러나 일반 예비후보가 일일이 당원을 찾아다니며 조직을 구축하는 동안, 사무국장은 이미 구축된 데이터와 인맥 위에서 출발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곧 기회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해충돌 우려도 적지 않다. 사무국장은 공천 과정의 기초 자료를 취급하거나 내부 보고 라인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다. 경쟁 후보에 대한 정보가 사적으로 활용됐다면 이는 단순한 윤리 문제를 넘어 정치적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다. 설령 그런 일이 없었다 해도, 의심을 낳는 구조 자체가 이미 문제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하나다. “법적으로 가능하면 정당한가.” 정치의 기준은 법의 최소선이 아니라 신뢰의 최대선이어야 한다. 제도적 공백을 이용한 합법적 편법이 반복될수록 유권자의 불신은 깊어진다.

 

해법은 어렵지 않다. 첫째, 당직자의 출마 시점에 명확한 기준을 두는 것이다. 일정 기간 사퇴 후에만 출마를 허용하는 이른바 쿨링오프제도는 최소한의 장치다. 둘째, 당헌·당규에 사직 시점을 명문화해 절차적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 셋째, 직위 이용 의혹이 제기될 경우 공천 감점이나 배제 등 실질적인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정치는 신뢰로 유지된다.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순간, 그 신뢰는 무너진다. 창원의 사례는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시스템 전반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 해석이 아니라 기준의 재정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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