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사태, 미국의 망상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2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11/12/27 [22:54]

급변사태, 미국의 망상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2

문경환 기자 | 입력 : 2011/12/27 [22:54]
동북아의 문에서는 한반도 전쟁위기 실태를 집중 분석하는 특별기획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를 준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급서로 인하여 기획을 일부 변경하여 계속한다. 이번 글은 특별기획 두 번째 순서로 미국이 북한의 급변사태에 집착하는 이유와 현실을 살펴본다.


지난 17일 오전 8시 30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거하면서 북한 전역은 애도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 북한은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설정하였다.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북한

사람들은 향후 북한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북한은 이미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 주체혁명의 위대한 새 승리를 위하여 더욱 억세게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발표하여 김정은 후계자의 지위를 분명히 했다. 또한 표현도 ‘당 중앙위원회 수반’, ‘최고사령관’등으로 점차 구체화되었다.


                    ▲남측 조문단을 맞는 김정은 후계자

서방 언론들도 김정은 후계 체제가 대체로 순조롭게 안정화될 것으로 보았다.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순조로운 권력이양 조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 내에서 김정은 후계자의 부상을 반대하는 어떤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보도에서 북한 학자 안드레이 랑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에서 권력 이양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고 평했다. 미 국방부도 북한 내 권력이양이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향후 김정은 후계 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 체제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부터 개혁개방으로 나아갈 것이다, 정치 불안이 심각해질 것이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북미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3차 북미 고위급회담은 언론에 예정일로 보도되었던 22일에 아무런 소식도 없이 열리지 않았다. 북한에서 애도기간임을 이유로 연기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서거 때도 북미 핵협상은 한 달 정도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돼 두 달도 걸리지 않아 제네바 합의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번에도 애도기간이 끝나고 나면 내년 초에 고위급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북미 사이에 아무런 접촉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북한이 특별 방송을 한 직후인 19일(미국동부시간) 북한의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와 미국의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 사이의 이른바 ‘뉴욕채널’을 가동해 무언가를 협의하였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좀 더 넓은 것을 논의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접촉)은 실무 수준(technical-level)이었으며, (대북) 영양지원과 관련한 문제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단순히 식량지원만 논의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목되는 4가지 사건

19일 협의는 북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즉, 북한이 뭔가 급하게 전달할 내용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언론은 대북 식량지원의 조기실현을 위해서라고 분석했지만 식량지원이야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제공될 것이므로 애도기간 10여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연락할 사안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북한이 뉴욕채널 접촉을 요구했을까? 이와 관련해 네 가지 사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과거 북한의 미사일 훈련 장면

첫째는 19일 오전에 북한이 동해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는 점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19일 정오 특별방송을 하기 전에 ‘김정은 대장 명령1호’를 전군에 하달했는데 그 내용은 ‘훈련을 중지하고 즉각 소속부대로 복귀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명령이 도달하기 전에 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한 포사격 훈련이 아닌 미사일 발사 훈련이라면 북한군 지휘부에서 관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19일 오전 미사일 발사 훈련은 북한군 지휘부의 의중이 담겼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 의중은 무엇일까? 서해가 아닌 동해에서 훈련을 했다면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닌 일본이나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중국이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에 북한을 자극하지 말 것을 ‘당부’한 점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장즈쥔張志軍 상무부부장이 19일 4개국 대사를 개별적으로 외교부로 불러 “북한 내부는 안정돼 있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안정 확보에 협조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나아가 탕자쉬안 전 외교부장은 20일 일본 자민당의 하야시 요시마사 정조회장에게 “불안정은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경고’까지 하였다.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여 주변국들에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은 누군가 북한을 자극하려 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일까? 물론 이명박 정부가 그랬다. 일본은 재빨리 애도를 표하며 북한에 잘 보이려 하였다. 그렇다면 미국은?

셋째는 미국이 애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점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서거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3시간 만에 “미국 국민들을 대신해 북한 주민들에게 심심한 애도(condolence)의 뜻을 전한다”는 대통령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시간이 다 되어서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시켜 “북한 주민들에게 염려와 기도(thoughts and prayers)를 전한다”는 말로 넘어갔다. 당시에 비해 북한의 핵 능력이나 미사일 능력은 훨씬 성장했는데도 미국의 반응은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넷째는 북중 국경 검문이 강화된 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 국경이 부분적으로 통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북한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는 것이다. 또 국경을 연결하는 도로에서 군인들의 검문·검색이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여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군이 국경 지역에 추가 배치됐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유사시 중국이 북한에 군대를 투입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북중 관계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낮다. 북한이 요청하지 않는 한 중국이 북한에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중국군이 추가 배치된 것은 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것으로 보아 이 역시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북한이 중국에 국경 단속 강화를 요청한 것이다. 왜일까?


          ▲북중 국경 모습

이 네 가지 사건의 중심에는 작전계획 5029에 언급된 ‘급변사태’가 있다.

저비용 고효율 전쟁의 탄생

‘급변사태’에 대한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올해 미국의 대외전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올해 미국의 대외전략에서 중요한 사건이 몇 가지 있었는데 바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라크전 종전, 카다피 사살이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과 이라크전 종전은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미국은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아프간과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프간과 이라크를 차지하지 못했다.

아프간전쟁은 10년 동안 1500명 이상의 전사자와 1조 달러 이상의 전쟁 비용을 집어 삼켰다. 미국의 전쟁 비용은 2003년 147억 달러에서 2011년 1186억 달러로 8배나 뛰었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을까? 아프간 북부 지역을 제외하고 반 이상을 무장세력인 탈레반에게 빼앗긴 상태다. 앞날도 캄캄하다. 미국은 여기서 발을 빼기 위해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을 명분으로 철군 일정을 발표했다. 지난 6월 22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당시 10만 여명의 아프간 주둔 미군 가운데 올해 안에 1만 명, 내년 여름까지 2만3천 명, 2014년까지 거의 대부분을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기세등등한 탈레반은 지난 9월 협상하러 온 부르하누딘 라바니 아프간 전 대통령을 폭탄 테러로 사살했다. 이로 인하여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의 협상은 중단되었다. 미국은 어떻게든 아프간 상황을 정리하고 손을 떼고 싶은데 쉽게 안 되는 것이다. 지난 23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 평화협정이 잠정 합의됐으나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무산됐다고 한다.


                         ▲탈레반 전사들

이라크전 역시 8년 8개월 26일 만에 4500명의 미군 희생자와 1조 달러의 부채만 남긴 채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의 일방적인 종전 선언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은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웠으나 이들은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심지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과거에도 이란, 시리아를 방문하여 부시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더니 이번에도 시리아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반대한다고 밝혀 미국과 엇서는 모습을 보였다. 막대한 전비와 군인을 투입했으나 제대로 된 친미정권 하나 세우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군대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올해 안에 이라크 주둔 미군을 전원 철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리비아는 상황이 달랐다. 리비아 역시 미군이 직접 공격한 대상이었지만 주된 전쟁은 리비아 반군이 도맡아 했다. 미국은 그저 자금과 무기를 지원했을 뿐이다. 그런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공습을 개시한 후 215일 만에 카다피를 사살할 수 있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약 11억 달러를 투자했다. 나토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이 부담한 것이다. 이는 아프간, 이라크에 비해 볼 때 미국 입장에서 상당한 고효율의 전쟁을 치른 셈이다.

이처럼 미국은 아프간, 이라크, 리비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국가 대 국가로 고강도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내부 분열을 활용한 간접 전쟁을 치르는 것이 훨씬 효율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전략을 반미국가나 경쟁국가에 적용하려 할 것이다. 특히 경제위기로 인해 정부 재정이 힘든 지금 같은 시기에 이런 전략은 훨씬 중요하게 취급된다.

이런 측면에서 앞의 네 가지 사건과 미국의 ‘급변사태’ 전략의 연관성을 살펴보자.

놓쳐버린 ‘급변사태’ 기회

미국은 수 해 전부터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으로 승격하고 이를 실전에 적용하기 위한 훈련도 해왔다. (정부는 5029를 아직 작전계획으로 승격하지 않았다고 공식 밝히고 있으나 여러 전문가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승격하고 공식화만 하지 않고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념계획과 작전계획의 차이는 얼마나 구체적이냐 정도다.) 작전계획 5029는 북한에 이른바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미연합군이 북한을 점령한다는 내용이다. 급변사태 유형에는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 유출 ▲쿠데타 등 내전 상황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북한 주민 대규모 탈북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등이 명시되어 있는데 특히 북한의 최고지도자 유고시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2월 키 리졸브 훈련에서 북한 최고지도부 유고 상황을 상정한 훈련도 하였다.


               ▲키 리졸브 훈련

미국 입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는 작전계획 5029를 적용, 북한에 군사적 개입을 할 기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런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북한의 군사활동을 추적하는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과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한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을 한 단계 격상하자는 한국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왜일까?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를 발표할 경우 미국이 이를 ‘급변사태’로 규정하고 작전계획 5029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선제적으로 미국에게 ‘우리는 전혀 혼란스럽지 않고 만반의 태세가 갖춰져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자 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19일 오전의 동해 미사일 발사 훈련으로 보인다. 그리고 곧바로 뉴욕채널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을 것이다. 중국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간파하고 주변국들에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한편 미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이틀을 보낸 다음 북한이 특별방송을 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틀 사이에 북한은 이미 일사불란하고 안정된 상태를 보여주었다. 미국이 ‘급변사태’로 규정할 시점을 놓친 것이다. 물론 북한이 이를 염두에 두고 이틀이 지난 후에 공개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북한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의 신상과 관련된 문제를 미국 때문에 이러저러하게 결정했을 가능성보다는 내부의 다른 요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과의 전면전 보다는 내부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내전 상황을 만든 다음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에 비춰보면 이번에 한 번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서 1994년과 달리 애도를 표하지 않고 주민에게만 위로를 보내 북한 지도부와 주민을 분리하려고 한 것이다.

또한 미국은 지금의 애도 국면을 활용해 혼란을 부추길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인데 그 주요 통로는 바로 북중 국경지대다. 과거에도 북중 국경지대를 통해 ‘인권’이나 ‘민주화’, ‘선교’ 등을 명분으로 북한에 침투하려는 시도는 수차례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부쩍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특사가 가서 겨우 구출해온 미국인들이 주로 이런 사례다. 이렇게 볼 때 북중 국경 경비가 강화되고 중국이 군대를 추가로 동원해 검문·검색을 강화한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한편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보내는 것도 미국의 내부 붕괴 전략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작전계획 5029를 통해 북한의 ‘급변사태’를 명분으로 군사적 개입을 준비한 미국. 한반도는 방금 전쟁의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긴장을 끈을 놔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1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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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기사 보기: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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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 2012/01/08 [05:32] 수정 | 삭제
  • 고고고고고싱
  • 알콩이 2012/01/01 [17:13] 수정 | 삭제
  • 당신은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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