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 겨울 하늘을 수놓은 독수리의 비행… 그러나 까마귀가 장악한 먹이터

2025 고성 ‘날아라 독수리 축제’ 현장 르포 2025년 12월 7일 / 경남 고성 기월리 일원

이정식 기자 | 기사입력 2025/12/08 [10:02]

경남 고성 겨울 하늘을 수놓은 독수리의 비행… 그러나 까마귀가 장악한 먹이터

2025 고성 ‘날아라 독수리 축제’ 현장 르포 2025년 12월 7일 / 경남 고성 기월리 일원

이정식 기자 | 입력 : 2025/12/08 [10:02]

[시사우리신문]경남 고성에서 매년 열리는 겨울철 대표 생태축제, 고성날아라 독수리 축제가 올해도 변함없이 개최됐다.

 

몽골 초원에서 3,000km를 날아온 독수리들이 고성 들판 위로 힘차게 활공하는 장면은 여전히 장관이었다.


그러나 올해 축제 현장은 아름다운 자연과 달리, 몇 가지 실질적인 문제들이 동시에 눈에 띄었다.

 

▲ 독수리들은 혼자가 아닌 여러 마리가 한 지점에서 소용돌이처럼 회전합니다     ©이정식 기자

 

까마귀가 먼저 차지한 먹이터(독수리식당)… 독수리는 하늘에서 체공만

축제의 핵심은 ‘독수리 먹이주기 관찰’이지만, 올해 현장은 기대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먹이터로 지정된 들판을 가득 메운 것은 독수리보다 까마귀 떼였다.


수십 마리, 많게는 수백 마리에 달하는 까마귀가 먼저 먹이 주변을 선점하고,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장악해 버렸다.

반면 정작 주인공인 독수리들은 까마귀의 기세에 눌린 듯 머리 위 30~100m 상공에서 빙글빙글 선회만 반복할 뿐, 좀처럼 내려앉지 못했다.


고성독수리(벌처)는 죽은 동물을 먹는 온순한 조류로 공격성이 거의 없다.


이에 비해 까마귀는 지능이 높고 영토의식이 강하며, 먹이에 대한 경쟁심도 강하다.


결국 독수리는 가까운 곳에 앉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만 착지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러한 생태적 장면은“가까운 곳엔 까마귀, 먼 곳엔 독수리”라는 표현 그대로의 풍경이었다.

 

 

▲     ©이정식 기자

 

 

"활공은 군용 수송기 같다”… 하늘 위의 독수리는 여전히 장관

비록 가까이 앉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지만, 하늘을 무리 지어 선회하는 독수리의 모습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넓게 펼쳐진 날개는 최대 2m 이상에 달하며,천천히 고도를 유지하며 원을 그리는 모습은 마치 C-130 군용 수송기가 하늘을 미끄러지듯 비행하는 듯한 위용을 뽐냈다.

관람객들은 목을 한껏 젖혀 하늘을 바라보며“저렇게 큰 새가 저렇게 조용히 날 수 있구나”라며“가까이 못 오는 게 아쉽지만 비행 자체만으로도 멋지다”라고 감탄을 쏟아냈다.

가끔 한두 마리가 지면으로 내려오기도 했지만,착지 지점이 관람 공간에서 멀어 육안으로는 형태만  보이는 수준이었다.


쌍안경을 휴대하거나, 행사 측에서 제공하는 무료 쌍안경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 풍경 위로 펼쳐진 그 한 번의 날갯짓이사람이 다가갈 수 없는 자연의 강인함과 자유를 보여줍니다.     ©이정식 기자

 

 

어린이·가족 중심 관람객… 몽골 체험 부스는 조촐하지만 정성 가득


현장에는 초등학생, 유치원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특히 많았다.


자연 생태 교육을 위한 방문으로 보였고, 아이들은 쌍안경을 들고 독수리를 찾으며 즐거워했다.


또한 행사장 한편에서는 몽골 문화 체험부스가 운영됐다.

몽골 전통 과자 및 건제 식품 전시,몽골 음식 시식 코너,몽골 전통 아트·공예품 소개,간단한 전통 의상 체험등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몽골 초원에서 날아온 독수리의 생태와 연결되는 문화적 맥락을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

 

 

▲     ©이정식 기자

 

 

 "예산이 부족한 느낌”… 단출한 구성과 현장의 불편함


축제의 취지나 생태적 의미는 훌륭했지만,현장 운영에는 아쉬움도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행사 프로그램 구성 단출>

생태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설명·교육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전체 운영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방문객들은 “조금만 더 풍성하게 꾸며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진입로와 보행 환경 문제>

임시 주차장은 인근 학교 운동장에 마련되었으나,행사장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는 매우 좁고 울퉁불퉁한 흙길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얼어 있는 구간이 생겨 미끄러질 우려도 있었고,유모차·노약자·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은 이동에 상당히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특히,“행사장까지 걷는 길이 좁아 사고 위험이 있어 보인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     ©이정식 기자

 

관계자의 헌신은 더 빛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은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안내, 안전 관리, 부스 운영, 장비 배부 등 여러 역할을 부지런히 수행했다.


방문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쌍안경을 하나라도 더 빌려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몽골 체험부스 운영자들은 아이들에게 친절히 설명하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소규모 축제 특유의‘정성’과 ‘진심’이 묻어나는 운영이 돋보였다. 

 

 

 

생태 보전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

고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독수리가 월동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1997년부터 시작된 독수리 먹이 공급 사업은 20년 넘도록 이어져 오며,자연 생태 보전의 모범 사례로 평가 받는다.


이번 축제 역시 단순한 관광행사가 아니라 독수리가 왜 고성을 찾는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생태 교육의 장이다.

 

 

 

겨울 하늘 아래, 독수리가 가르쳐준 느린 울림

고성의 들판 위로 펼쳐진 독수리의 비행은 화려하지 않았다.


까마귀에 밀려 가까이 내려오지 못하고, 차가운 바람만 가르며 하늘에서 맴도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쉽게 보아오던 ‘장관’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느린 선회 속에는 겨울을 이겨내려는 생명의 무게,그리고 누구도 들여다보지 못하는 하늘의 고요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멀리 떠 있는 독수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쌍안경을 눈에 대고 오래도록 한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어른도, 아이도, 자연 앞에서는 모두 같은 마음이 된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바람을 듣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마음.

축제장은 크지 않았고, 길은 울퉁불퉁했으며, 준비는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은 인원으로도 묵묵히 하루를 채워낸 관계자들의 손길,아이에게 독수리를 보여주고 싶어 긴 길을 걸어온 부모들의 발걸음,그리고 힘겹지만 아름답게 비행을 이어가는 독수리 한 마리의 그림자가오늘의 고성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겨울 고성의 하늘은 그렇게 우리에게 작은 울림을 남기고, 조용히 저녁으로 넘어갔다.

자연은 멀리 있어도 마음을 움직인다. 


눈에 잘 보이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독수리는 고성을 보금자리 삼아 겨울을 잘 이겨내고 내년 3월에 다시 몽골로 돌아 갈 것이다.

 

겨울 들판에 독수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 독수리의 웅장한 날개     ©이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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