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가와 재두루미의 겨울 이야기

겨울, 주남저수지 들판에서 사진 작가들이 느끼는 마음

이정식 기자 | 기사입력 2025/12/20 [17:48]

사진 작가와 재두루미의 겨울 이야기

겨울, 주남저수지 들판에서 사진 작가들이 느끼는 마음

이정식 기자 | 입력 : 2025/12/20 [17:48]

 

아름다운 철새 재두루미
사진을 담기 위해 주남 저수지에 갔던
11월중순에 만난 어르신의 말씀은
저 새는 "70평생에 처음 본다"는
귀한 재두루미 이다.
올 겨울 주남 저수지 주위를 탐방하면서 느낌을  담아 본다.

 

 

▲ 노을 진 들판에 재두루미 무리와 사진가들     ©이정식 기자

 

겨울, 주남저수지 들판에서 사진가들이 느끼는 마음 -----
렌즈는 하늘을 향해 있지만
시선은 자주 땅으로떨어진다.
차가운 바람이 손끝을 먼저 가져가고,
셔터보다 숨을 고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지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자리를 뜰 수 없다.
사진가들은 알고 있다.
재두루미는 갑자기 날지 않는다는 걸.
바람이 멎고,
울음이 길어지고,
무리의 호흡이 조금 느려질 때
그때 날개가 열린다는 걸.
그래서 말이 줄어든다.
장비 이야기도, 설정 이야기도
어느 순간부터는 하지 않는다.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순간을 기다린다.
삼각대는 땅에 단단히 박혀 있지만
사진가의 마음은 계속 흔든다.
‘오늘도 안 날면 어쩌지’
‘지금이 아닌가’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이 시간 자체가 이미 사진이라는 걸.
셔터를 누르지 못해도
하늘을 오래 바라봤고,
겨울을 충분히 견뎠고,
날아오르지 않는 존재를 위해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하루는 남는다는 걸.
그래서 사진가들은
재두루미가 떠나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사진을 얻지 못해도
기다림을 버리지는 않는다.

 

▲ 빛을 등에 업고 날아오르는 재두루미,서로의 날개짓에 호흡을 맞춰하늘에 길을 그린다.     ©이정식 기자

 

1.재두루미가 특별하게 사랑받는 이유
“예쁜 새”를 넘어서 이야기를 가진 새이다.
① 평생 짝을 바꾸지 않는 새
     재두루미는 한 번 짝이 되면 거의 평생을 함께한다.
     먹이를 찾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이동할 때도
     항상 둘이 한 쌍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예부터 재두루미는 '장수' '부부애''신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재두루미를 보며
    “저렇게 살아도 괜찮겠구나” 하는 위로를 받는다.
② 혼자가 아닌 ‘무리의 새’
    재두루미는 개인 행동보다 집단의 질서를 중시한다.
    날아오를 때도, 내려앉을 때도누가 먼저고 누가
    나중인지 이미 정해져 있다.
   서로 부딪히지 않는 이유는
   힘이 아니라 거리와 순서를 알기 때문이고
   그래서 재두루미 무리는
  ‘조용한 규칙으로 움직이는 사회’라 불린다.

 

2.재두루미의 신체적 특징 (왜 이렇게 생겼을까?)
① 붉은 정수리의 비밀
    재두루미 머리의 붉은 부분은 깃털이 아니라 피부가 드러난 부분이다.

    감정이 고조되면 색이 더 선명해지고 짝을 부를 때  특히,붉어진다.

    즉, 마음 상태가 그대로 보이는 얼굴인 셈이다.
②길고 곧은 목과 다리
    이건 멋을 위한 게 아니다.

    멀리 보기 위해,위험을 먼저  감지하기 위해,

    무리 전체를 살피기 위해, 항상 고개를 들고 있는 구조이다.

    재두루미는 먼저 뛰지 않고, 살핀다.
③ 느린 걸음, 큰 날개
     땅에서는 느릿느릿하지만, 하늘에서는 긴 시간,

     먼 거리를 날 수 있다. 이것이 재두루미의 방식이다.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 않는다.”

 

▲ 하늘을 부르듯 날개를 올린 재두루미들,겨울 들판 위에서 오늘의 의식을 연다.떠나기 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이정식 기자

 

3.하늘을 보고 우는 재두루미의 울음은 하나의 목적이 아니다.
① 소리를 멀리 보내기 위해 고개를 들고 울면
     소리가 공기층을 타고 훨씬 멀리 퍼진다.
     그래서 짝에게, 무리에게, 떨어져 있는 개체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가 된다.
② 떠날 준비를 알리는 ‘의식’ 특히,아침이나 이동 전,
      재두루미들은 고개를 들고 합창처럼 운다.
      이건 감정 표현이 아니라
     “이제 준비됐니?”
     “다 같이 가자.” 라는 확인 절차이다.
③ 하늘은 ‘길’이기 때문재두루미에게 하늘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이동의 지도이다.
     그래서 울때 땅이 아니라 하늘을 본다.

 

▲ 잔잔한 겨울 습지 위에 재두루미     ©이정식 기자

 

4. 재미있는 재두루미 이야기
① 춤추는 새
     재두루미는 가끔 이유 없이
     점프하고, 날개를 펼치고, 빙글 돌며 춤을 춘다.
     짝에게 애정 표현, 긴장 해소, 젊은 개체들의 연습
      사람이 보면 “괜히 신난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정말 즐겁게 춤을 춘다.
② 파수꾼 역할
      무리 중 일부는 잠을 자지 않고 서서 경계만 한다.
       교대로 쉬고 교대로 지키고 그래서 재두루미 무리는
       갑작스러운 위험에도 빠르게 대응한다.

③ 울음소리의 의미
      재두루미 울음은 같다? "아니다"
      짧은 울음 : 위치 확인
      길고 높은 울음 : 이동 신호
      낮고 잦은 울음 : 경계
      사람이 다 구분 못 할 뿐,재두루미는 서로 정확히 알아 듣는다.

 

▲ 황금빛 들판 위, 재두루미들이 하루의 끝을 접는다.     ©이정식 기자

 

 

 5.재두루미의 서식지와 기본 특징

  (재두루미는 넓은 평야와 습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대형 두루미이다.)
① 기본 특징
     몸길이 : 약 120~130cm, 날개 펼친 길이 2m이상이다.
     수명 : 야생에서 30년~40년산다.
     특징 : 머리 뒤와 목에 흰색 띠  정수리의 붉은 피부, 느릿하지만 위엄 있는 걸음이다.
               재두루미는 숲속을 좋아하지 않는다.
               멀리까지 한눈에 보이는 공간에서 살아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②겨울철새로서의 이동 경로와 생활 방식
     이동 경로:동아시아 이동루트 번식지(여름)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부 몽골 동부
                     초원과습지이다.
     월동지(겨울): 한국은 철원평야, 연천DMZ,강원도고성,주남저수지 등이며 ,일본 이즈미 지역

                           중국 양쯔강 유역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재두루미는 전체 개체수 중 상당히 중요한 비율이다.
     이동 시기:가을 이동: 10~11월이고, 봄 귀환 : 2~3월이다.

     생활 방식:이동은 가족 단위 + 무리 단위로 이루며항상 경험 많은 성체가 앞에서 이끈다.
     낮에는 먹이 활동, 밤에는 얕은 물이나 안전한 곳에서 휴식하고 잠을 잔다.
③재두루미의 주된 먹이는 잡식성이지만,계절에 따라 먹이가 달라진다.
     주요 먹이:볍씨, 벼 낱알 (특히 겨울철) 도토리, 풀뿌리, 식물 뿌리, 곤충, 지렁이 작은 어류, 갑각류,
                      그래서 재두루미는  논과 습지가 함께 있는 곳을 가장 좋아한다.
                      농부들 사이에서 “논이 살아 있으면 두루미도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 재두루미 가족     ©이정식 기자

 

6.이동 거리와 비행 고도
      이동 거리:편도 약 2,000 ~ 3,000km 이며 왕복으로 5,000km 이상이다.
      비행 고도:보통 500~1,500m이며 산맥을넘을 때는 2,000m이상도 상승한다.
                      기류를 이용해 날기 때문에 쉴 줄 알면서 멀리 가는 비행을 한다.
                      힘으로 날지 않고, 바람을 읽으며 날아간다.

7. 우리나라에서 재두루미가 가장 많이 서식했던 기록
     역사적 기록:1950~60년대 한반도 중부 평야에수천 마리 이상이 월동 하였고

                         특히,철원평야,연천DMZ 일대에서 대규모 관찰 기록 존재한다.
                         현재,개체 수는 줄었지만 철원평야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월동지로

                         평가되고 보호 활동 덕분에 점진적 회복 중이다.

 

▲ 노을이 깔린 들판 위,몇 마리의 재두루미가 먼저 길을 연다.머무름과 떠남이 같은 빛으로 겹치는 저녁.     ©이정식 기자

 

8. 재두루미의 번식

                      배란과 산란 번식 시기:5~6월 북쪽 번식지 도착 후 시작한다.
                      배란·산란:암컷은 보통 2개의 알을 낳고, 2~3일 간격으로 산란한다.
     부화 기간 :약 30일, 흥미로운 점은 대개 한 마리만 생존하는경우가 많다.
                      부모가 키울 수 있는 에너지를 한 새에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9. 어린 재두루미의 성장 과정
                      부화 직후 솜털로 덮여 있고 며칠 만에 걷기 시작하며,부모를 따라다니면서 바로 활동한다.
                      1~2개월 후 날개 깃털이 자라기 시작 아직 날지는 못하고, 부모가 먹이 위치를 직접 가르치고

                      생후  약 70~80일 후 첫 비행하는데 짧은 거리부터 연습한다.
                      첫 이동은 그 해 가을 부모와 함께 장거리 이동한다.
                      이때 이동 경로를 몸으로 기억하며 재두루미에게 길은 유전이 아니라 경험으로 전해진다.

▲ 재두루미의 군무     ©이정식 기자

 

10.사진가와 두루미의 이별
       겨울 내내 같은 들판을 마주 보며
       서로가 존재했던 시간이다.
       두루미는 사람을 피해
       일정한 거리를 두었고,
       사진가는 그 거리를 존중하며
       더 다가가지 않았다.
       그  사이에는 말이 없었지만
       서로를 해치지 않는다는
       약속 같은 것이 조용히 쌓여간다.
       사진가는 두루미가 날아오르기 전의
       작은 신호들을 배우고 있고
       바람이 멎는 순간,
       울음이 길어지는 시간,
       무리의 호흡이 하나로 모일 때
       두루미는 사람들이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알고 가고 있다.
       렌즈가 자신을 향해 있어도
       두루미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 올 것이다.
       어느 아침, 두루미는
       그동안 바라보던 하늘을 향해
       조금 더 오래 울고
       조금 더 높이 날아 오를 것이다.
       사진가는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누르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진에 담기지 않은 시간들이 있다.
       차가운 손끝,
       긴 기다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오후들
       그 모든 시간이 있었기에
       이별은 허전하기보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담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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