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보이지 않는 안전설계...화염·제어·계측 기술로 산업 현장을 지키는 남북이엔지

이진화 기자 | 기사입력 2026/01/02 [18:12]

[특집 인터뷰]보이지 않는 안전설계...화염·제어·계측 기술로 산업 현장을 지키는 남북이엔지

이진화 기자 | 입력 : 2026/01/02 [18:12]

▲ 남북이엔지 전경  © 이진화 기자


[시사우리신문=이진화 기자]
산업 현장의 안전은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다. 불꽃이 정상적으로 타고 있는지, 버너가 꺼지지는 않았는지, 압력과 신호가 기준값을 벗어나지 않는지. 사고는 늘 ‘감지되지 않은 순간’에 시작된다.

 

경남 창원에 자리한 남북이엔지는 바로 그 감지되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영역을 기술로 붙잡아 온 기업이다.

 

■ 창원 국가산업단지에서 축적된 자동제어 노하우

 

남북이엔지는 전기 자동제어와 계측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제조 기업이다.

보일러·버너·플랜트 설비 등 고온·고위험 공정에서 요구되는 화염 감지, 신호 증폭, 인터록 (interlock) 제어가 주력 영역이다. 이 분야는 단순 부품 납품이 아니라, 설비 전체의 안전 로직을 이해해야 가능한 기술 집약 산업이다.

 

창원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회사의 기술 축적에 영향을 미쳤다. 기계·플랜트·중공업 기반이 밀집한 지역에서 남북이엔지는 실제 현장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며 제품을 다듬어 왔다.

 

■ 화염을 ‘본다’는 기술, Flame Scanner

▲ 전기 자동제어와 계측 시스템를 개발중인 남북이엔지 직원들  © 이진화 기자

 

남북이엔지를 대표하는 제품군은 Flame Scanner System for Burner (버너-화염 감지 장치)다. 이 장치는 버너에서 발생하는 화염 신호를 감지해 정상 연소 여부를 판단한다.

화염이 꺼지거나 불안정할 경우, 시스템은 즉시 연료 공급을 차단하거나 경보를 발생시킨다.

 

핵심은 민감도와 신뢰성이다. 과민하면 오작동이 잦고, 둔감하면 사고를 놓친다. 남북이엔지는 이 미묘한 경계에서 현장 맞춤형 계측 설계를 강점으로 삼아 왔다.

 

■ ‘작동하는 안전’에 집중한 기업

 

산업 안전 장비는 화려할 필요가 없다. 대신 항상 작동해야 한다. 남북이엔지는 다년간의 현장 적용을 통해 버너 제어, 키 인터록 시스템, 압력·신호 모니터링 장치 등 실무 중심의 제품군을 구축해 왔다.

 

과거 신기술을 인정받아 정부 NEP(신제품) 인증을 획득한 이력도 있다. 이는 단순 조립이나 외주 생산이 아닌, 자체 기술 기반 제품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 중소 제조사의 생존 방식: 니치(Niche) 기술

 

대기업이 범용 솔루션을 공급하는 시장에서, 남북이엔지는 특정 공정·특정 위험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화염 감지와 제어 계측은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 번 신뢰를 얻으면 쉽게 교체되지 않는 영역이다. 이른바 ‘니치 기술’이다.

 

이 분야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현장 경험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남북이엔지가 장기간 산업 현장에 남아 있는 이유다.

 

■ 산업 안전의 마지막 질문

 

산업 사고가 발생하면 늘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왜 미리 감지하지 못했나.”

남북이엔지가 다루는 기술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사전 답변이다. 화염, 신호, 압력, 차단. 모두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고 순간에는 모든 책임이 쏠리는 요소들이다.

 

남북이엔지는 대중에게 알려진 기업은 아니지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하는 회사다. 산업 현장의 안전은 늘 조용히 작동하는 기술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영역에서, 남북이엔지는 오늘도 불꽃을 감시하고 있다.

 

남북이엔지 이찬수 대표이사와 일문일답

▲ 남북이엔지 이찬수 대표이사 

① 기업 정체성과 기술 방향

Q. 남북이엔지는 스스로를 어떤 회사로 정의하십니까.

남북이엔지는 장비를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지막 선을 지키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제품은 눈에 띄지 않지만, 작동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에 있습니다.

 

Q. ‘전기·계측 제조사’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핵심 정체성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는 기능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책임을 설계하는 회사라고 봅니다.

화염 감지나 버너 제어는 ‘되면 좋은 기술’이 아니라 ‘반드시 되어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성능보다 신뢰성과 반복 검증을 가장 우선합니다.

 

Q. 창원 산업단지라는 환경이 기술 개발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창원은 실제 위험 설비가 밀집한 현장 중심 산업단지입니다.

이론보다 “이게 현장에서 살아남느냐”가 항상 먼저였고, 그게 제품을 더 보수적이고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Q. 수도권이 아닌 지역 제조사의 한계와 장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정보와 인력 확보는 분명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신 현장과의 거리가 가까웠고, 고객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며 문제가 생기면 직접 보고 고치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Q. 대기업 자동제어 솔루션과 비교했을 때 집중해 온 영역은 어디입니까.

대기업이 시스템 전체를 본다면, 우리는 사고가 발생하는 가장 작은 순간을 봅니다.

화염이 꺼지는 순간, 신호가 흔들리는 0.1초, 그 지점을 집요하게 다뤄왔습니다.

 

Q. 의도적으로 비워둔 시장이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범용 자동화나 가격 경쟁 중심 시장은 의도적으로 피했습니다.

우리는 대체가 쉽지 않은 안전 핵심 부품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② 화염 감지·버너 제어 기술의 본질

Q. 화염 감지 시스템에서 가장 위험한 실패는 무엇입니까.

오작동과 미작동 중 어느 쪽이 더 치명적입니까.

둘 다 위험하지만, 미작동이 더 치명적입니다.

꺼졌는데 켜져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사고는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Q. Flame Scanner Amplifier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민감도보다 안정성입니다.

현장은 진동, 열, 노이즈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함보다 흔들리지 않는 판단이 중요합니다.

 

Q. 실제 현장에서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습니까.

점화 불량이 반복되던 설비에서, 다른 시스템은 정상으로 판단했지만

우리 장비는 즉시 차단 신호를 냈고, 그때 “이 장비는 잘 팔리진 않아도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해외 제품 대비 국산 기술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습니까.

현장 적응력입니다.

국내 설비 특성과 운전 습관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수정하며 진화해 온 기술이라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③ 산업 안전과 책임

Q. 사고 발생 시 제조사의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보십니까.

법적 책임 이전에 기술자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해될 여지를 줄이는 설계까지가 우리의 몫입니다.

 

Q. ‘안전 장비는 잘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사고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최고의 성능입니다.

 

Q. 안전 기술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받아야 합니까.

가격이 아니라 사고가 없었던 시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Q. 비용 절감 압박을 어떻게 마주해 왔습니까.

타협하지 않을 부분은 명확히 했습니다.

줄일 수 있는 건 외형과 편의성이지, 안전 판단 로직은 아닙니다.

 

Q. 사고 이후에만 안전이 강조되는 문화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항상 늦습니다.

사고 기사 한 줄 뒤에는 수십 개의 경고 신호가 묻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④ 인증·기술 검증·공공 제도

Q. NEP 인증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기술 설명보다 기술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Q. 인증 제도가 경쟁력을 높인다고 보십니까.

기본 신뢰를 주는 역할은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현장 실적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Q. 공공 발주 시장에서의 구조적 한계는 무엇입니까.

기술보다 규모와 실적이 먼저 평가되는 구조입니다.

중소 기술 기업에는 여전히 높은 벽입니다.

 

⑤ 중소 제조업의 생존 전략

Q. 가장 필요한 요소는 기술·신뢰·가격 중 무엇입니까.

이 분야에서는 신뢰가 기술을 이기고, 기술이 가격을 이깁니다.

 

Q. 규모를 키우기보다 지켜온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직접 책임질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Q. 기술 인력과 세대 교체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문서보다 현장 경험을 같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수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책으로만 배울 수 없습니다.

 

⑥ 산업의 미래와 경고

Q. 앞으로 산업 현장의 위험은 줄어들까요.

사고 유형은 줄어들겠지만, 복잡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Q. AI 시대에 화염 감지 기술은 어떻게 진화해야 합니까.

판단을 넘기기보다, 판단을 보조하는 AI여야 합니다.

최종 책임은 여전히 인간과 장비가 져야 합니다.

 

Q. 산업 사고 보도를 볼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무엇입니까.

“이 사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있던 경고를 무시해서 일어났을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주)남북이엔지 웹사이트

 www.nambuk@nambuk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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