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고래등길 조형물’ 공모 공정성 논란 확산- “위원이 대신 답변” 주장… 특정 업체 영남권 수주 편중 의혹도 제기
일부 참여 업체들은 심사 현장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남구청은 전국 공개모집과 무작위 추첨을 통해 절차적으로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10일 울산 남구청에서 열린 제안서 평가는 대구 A업체, 창원 B업체, 부산 C업체 등 3개 업체가 참여했다. 평가 결과 A업체가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질문도, 답변도 위원이?”… 현장 증언 엇갈려
평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A업체 제안서가 핵심 평가 항목인 ‘경관’ 부분에서 내용이 충분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위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업체 측이 아닌 다른 위원이 설명을 보완하는 발언을 했다”며 “사실상 답변을 대신해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B업체 측은 구조 계산과 풍속 기준을 근거로 안전 설계를 설명했으나, 위원장이 반복적으로 수치 적합성을 문제 삼으면서 발표 흐름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기준값 이상으로 설계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토로했다.
심사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참여자들은 “위원 7명 중 부산 지역 대학 교수가 과반을 차지했다”고 주장하며 특정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른바 ‘브로커 교수’ 개입설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 남구청 “전국 공개모집·업체 직접 추첨”
이에 대해 울산 남구청은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평가위원은 전국 단위로 공개 모집하며 특정 지역이나 관내 인원을 우선 선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제안서 접수일에 참여 업체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직접 무작위 추첨을 통해 평가위원을 선정한다”며 “동점자 발생 시에도 사전 공고된 기준에 따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위원 명단은 결과 확정 전까지 비공개이며, 심사 당일에도 실명 표기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남구청 측은 “공식 접수된 민원은 없다”며 “사전 접촉이나 유착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 특정 업체, 최근 4년간 영남권 90% 수주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차례 평가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4년간 영남권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공조형물 및 경관개선 사업에서 특정 업체의 수주 비율이 높다는 분석이 함께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최근 4년간 약 27건의 사업을 수주했으며, 이 가운데 약 90%가 대구·경북·경남·부산 등 영남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남구를 포함한 일부 기초지자체에서도 반복적으로 낙찰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지역 카르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공모 방식도 쟁점이다. 상당수 사업이 ‘협상에 의한 계약’ 또는 디자인 공모 형태로 진행돼 제안서 평가가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심사위원 구성과 평가 과정의 투명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 경쟁 결과로 보기 어려운 수주 실적”이라며 “심사위원 명단 유출 여부, 담당 공무원과의 이해관계 등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낙찰이 이뤄진 것은 단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쟁점은 ‘절차’ 아닌 ‘신뢰’
남구청은 제도적 절차를 준수했다고 강조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절차적 공정성과 실질적 공정성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작위 추첨과 비공개 원칙이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더라도, 현장에서 편향적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나 태도가 있었다면 행정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공 디자인 사업은 지역 이미지와 직결되는 상징적 사업이다. 특히 고래문화마을은 울산의 대표 관광 자산으로, 상징성과 경제적 파급력이 큰 프로젝트다.
현재 참여 업체 중 한 곳이 공정성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 청구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은 “규정대로 진행했다”고 말한다. 현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두 주장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은 하나다. 자료 공개와 객관적 검증이다.
제도는 존재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제도가 신뢰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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